10년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애인인 서점오소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꽃집카라와, 어느날 그의 앞에 나타난 서점오소를 꼭 닮은 붉은 머리의 소년 OSO...로 시작되는 오소카라를 보고싶다.

 카라마츠는 이제 막 32살, OSO는 22살 정도일까. 우연히 본 잡지에 실린 밴드 그룹. 그중에서 딱 서점오소가 죽었던 그 나이의, 그와 닮은 얼굴을 한 청년의 사진을 카라마츠는 한참이나 바라보았겠지. 물론 지금 22살이라면 환생일리 없지만, 그래도 뭔가 그리워서. 그렇게 점점 OSO의 팬이 되어가고. 물론 그렇다고 공연을 직접 보러가는건 아니고. 그냥 잡지를 산다든가, 노래를 자주 듣는 정도. 꽃집에 어울리지 않게 밴드노래 틀어놓고 있으면 지나가던 사람들 한번씩 힐끗 가게 쳐다보고 가겠지. 사실 이건 OSO의 그룹이 꽤 유명하기도 한 탓임.


 어느새 그런 생활이 익숙해져서 처음의 그리운 기분을 잊고있을즈음, 썬글라스를 낀 붉은 머리의 남자가 꽃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을거야. 노래가 나오는 곳을 찾는 듯이 고개를 두리번 거리다가, 카라마츠와 눈이 마주치자 저도 모르게 덧니를 보이며 웃어버렸지. 그 미소를 보자마자 벌떡 튀어나간 카라마츠가 그 남자의 팔목을 붙잡은건 순식간이었고. 어쩔 수 없었는걸. 그 미소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애인의 미소와 눈물이 날 정도로 닮아있었으니까.

 아무말도 없이 입을 달싹이며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는 카라마츠에 당황한건 OSO였겠지. 그도 그럴것이 그는 그냥 지나가던 길에 자기 노래가 들려서 오, 했을 뿐이고. 주인과 눈을 마주쳐버려서 평소의 팬서비스처럼 웃었을뿐인데. 하지만 당황도 잠시뿐. 그저 열정적인 팬이 가수를 만나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거라고 생각한 OSO는 울지는 마시구요-하면서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음.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듯한 카라마츠가 급히 눈물을 훔치며 미, 미안하다. 내가 아는 누구랑 많이 닮아서...하는데 OSO가 아, 그거 나 맞는거 같은데? 해버렸겠지. 물론 OSO 내가 아는 누구=내가 좋아하는 가수로 해석해서 그런거고, 당연히 카라마츠가 말한 누구는 서점오소였음. 그래서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OSO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곧 선글라스를 살짝 내리며 OSO가 안녕하세요, 카리스마 레전드 인간국보 보컬 OSO임다~ 인사하자 카라마츠는 다른 의미로 응? 하다가 하????하고 소리질렀음....이게 바로 OSO꽃집의 첫만남이엇다구 합니다..

 이 뒤로 여자저차 인연이 생겨 OSO가 자주 놀러오게 됐는데, 골수팬이라고 생각했던 카라마츠가 의외로 자신에게 큰 흥미가 없다는걸 알게된 OSO는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올때마다 자기피알 하기 시작함. 그중에서 제일 자주 꺼내는 말은 공연을 보러 와보라는 거였는데, 카라마츠는 카라마츠 나름대로 소신(?)이 있어서 가지 않았음. 왜냐면 OSO를 좋아한다기보다, 여전히 OSO에게서 서점오소의 모습을 찾고있었을 뿐이니까. 이런 맘으로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OSO와 친해지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은근히 선을 그엇겠지.
 그래도 애틋한 마음이 생기는건 사실이라, 어리기도 하고, 동생을 아끼는 맘으로만 대하겠다고 마음먹었지. 물론 그동안 OSO는 카라마츠에게 점점 반하고 있었음. 이따금씩 자기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볼때마다 가슴이 설레었으니까. 카라마츠가 무슨 생각으로 OSO를 보는지도 모르고.

 자기 맘을 깨달은 OSO의 행동력은 빨랐음. 어느날 꽃을 다듬는 카라마츠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OSO는 가벼운 말투로 좋아해, 카라마츠씨. 뱉었을거야. 우습게도 정적속에 들려오는건 카라마츠가 가게에 틀어놓은 OSO의 노랫소리뿐. 멈춰버린 손을 내리고 작게 숨을 뱉은 카라마츠가 겨우, 고맙다고 웃어보이며 그의 고백을 돌려 거절했지만, OSO는 카라마츠의 붉어진 귓바퀴를 보고말았을거야. 난 포기 안 할거야. 다짐하듯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카라마츠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OSO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는듯이 언제나처럼 씨익 웃을뿐.

 그뒤로 OSO의 작업(?)은 점점 뻔뻔해졌겠지. 평소보다도 가까워진 거리, 숨쉬듯 좋아한다 말하는 OSO의 모습을 보며 젊음이란 대단하네...하고 감탄해버린 카라마츠. 물론...전혀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임. 그가 좋아한다 말할때마다 점점 무너지는 벽을 느끼고 있었음. 하지만 이 마음이 서점오소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정말로 OSO가 좋아진건지 확실히 말할 수 없었기에 카라마츠는 항상 OSO를 밀어냈겠지. 여전히 OSO가 건네는 공연 티켓을 거절하고. OSO의 고백을 웃음으로 흘려보내면서.

 그리고 어느날, 꽃집을 찾아간 OSO가 본 건 임시 휴업 팻말과 불이 꺼져 어두운 가게. 어디 아프기라도 한건가? 걱정되는 마음에 핸드폰을 켜는 순간,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오소마츠 형...? 하고 불렀지. 본명으로 불린건 오랜만이라 어쩐지 어색한 느낌으로 뒤를 돌아보면 모르는 남자가.
 그날은 서점오소, 즉 오소마츠의 기일이었어. 카라마츠는 매년 그랬듯 오소마츠가 있는 곳으로 갔고, 카라마츠의 꽃집을 찾아온건 서점꽃집의 친구였던 이치마츠였겠지...이치마츠 역시 OSO를  서점오소와 겹쳐보고 그렇게 OSO를 불러세웠고, 이내 다른 사람이라는걸 깨닫고 다시 무덤덤한 표정으로 돌아갔음. OSO가 누구?하고 묻자 이치마츠는 아니, 아무것도 아님다. 대충 둘러대고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OSO가 하지만 방금 내 이름 불렀지? 형이라고 했지? 하고 따지듯 묻자 이치마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거야.

 당신 이름도...오소마츠라고?

 당신 이름'도'? OSO가 의문을 느꼈을거야. 심지어 이치마츠가 이어서 카라마츠랑 아는사이?하고 물어봤으니 얘기를 나눠볼수밖에. 그렇게 이치마츠에게 자초지종을 다 들은 OSO는....카라마츠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고 조용히 돌아갔을뿐.

 연예인이다보니 그렇게 자주 오는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1주일에 한번은 꼭 꽃집에 얼굴을 내밀던 OSO였는데. 거의 이주가 지나도록 오지 않는건 물론이고, 문자나 전화조차 하지 않았음. 카라마츠가 이상하게 여기며 조금 쓸쓸함을 느끼고 있을즈음 꽃집으로 우편 하나가 도착했지. 편지지 안에 들어있는건 그 어떠한 말도 아닌 다음주에 있을 OSO의 공연 티켓한장. 아무말도 없이 이렇게 티켓만 보낸건 또 처음이라 카라마츠는 차마 돌려보내지도 못하고, 고민에 빠졌겠지...솔직히 OSO가 보고 싶어진건 맞지만, 이렇게 가도 괜찮은걸까 하는 마음에. 물론 그뒤에 이치마츠가 찾아와 카라마츠의 정신을 더 어지럽게 만든건 당연한 일. OSO가 카라마츠의 옛 일을 알게됐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느낀 감정은 공포였음. 이대로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봐. 더이상 자신에게 웃으며 좋아한다 말해주지 않을까봐. 그리고 결국은 깨달아버린 감정. OSO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보고 싶어. 나는 그를....
 카라마츠는 서랍에 넣어뒀던 티켓을 꺼냈지. 어쩌면 이것은 OSO가 주는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 OSO가 내민 손을 맞잡을 수 있는 기회.

 처음으로 본 무대에서의 그는 너무나도 눈부셨고, 어쩐지 공연도중 눈을 마주친것도 같았음.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공연이 종료되었을 때, 카라마츠는 조심스럽게 무대 뒤쪽 대기실로 향했지. OSO가 미리 말해둔건지는 몰라도 걱정과는 달리 카라마츠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어. 대기실에서, 어느새 그리워진 붉은 머리를 보는 순간 카라마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멈춰섰지. 어째서인지 평소와는 다른 무덤덤한 표정으로 왔네. 라고 OSO 짧게 내뱉자 그제서야 카라마츠는 허둥지둥 챙겨온 꽃다발을 내밀었을거야. 

 오소마츠, 하도 자주 봐서 이런 꽃다발이 지겨울지 모르겠지만...

 ...지겹지 않아.

 카라마츠씨가 주는거니까. 그렇게 꽃다발을 받아드는 OSO를 보며 카라마츠는 저도 모르게 안심해버렸고, 동시에 눈물을 글썽거렸지. 물론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한 OSO가 진짜 울고싶은 사람은 난데. 중얼거리고 카라마츠는 조급해진 마음으로 허둥대며 말했어.

 오소마츠, 사실 널 좋아해. 정말로, 나..

 그거 정말로 나?

 퍼뜩 카라마츠가 OSO의 얼굴을 바라보면, 그는 울고 싶다던 말이 빈말은 아니었다는 것처럼, 슬픈 표정을 짓고있었겠지.

 알고 있었어. 카라마츠씨가 날 좋아한다는거. 아니까 그렇게한거야. 카라마츠씨의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을걸. 근데...자신이 없어져버렸어. 정말 그 표정은, 나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어쩌면 카라마츠씨는 사실 아직도,

 지금 내 앞에 있는 오소마츠는 너다!

 어느새 눈물 범벅이 된 카라마츠가 오소마츠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외쳤지.

 보고 싶었는걸. 무서웠는걸. 늦게 알아버렸단 말이다. 내가, 오소마츠를 좋아한다고. 나도 너무 늦게...아이처럼 울먹이며 외치는 카라마츠의 고백에, 오소마츠는 결국 그를 끌어안을수밖에 없었지. 다행이다. 정말...정말...중얼거리는 오소마츠의 목소리를 들으며 카라마츠도 그를 마주안았을거야.

 오소마츠, 한번만 더 말해주지 않겠나. 그....나를, 좋아한다고....

 좋아해 카라마츠씨. 정말, 좋아해.

 이 뒤로 OSO꽃집이 어떤 알콩달콩 연애를 했을지는 저도 모르겟습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나타난 마법교사 오소마츠와 니트카라

 초여름날, 여느때처럼 다리에 나갔다 돌아오는 길, 강변에 쓰러져있는 남자를 발견한 카라마츠. 처음엔 시체라 생각해, 겁먹고 무시하려 했지만, 길쭉한 모자 안쪽으로 보이는 얼굴이 제 형과 똑같아서 오소마츠?하고 말을 걸어버렸겠지...죽은건 아니었는지 카라마츠의 목소리에 남자가 퍼뜩 고개들고 카라마츠?하고 놀란눈을 했음...결과적으로 서로가 착각했을 뿐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마츠노가 거실에 앉아 찬물 들이켜는 마교오소보며 묘한 표정을 짓는 카라마츠..마교오소가 말하길 그는 다른 세계의 육쌍둥이이며, 그의 진짜 동생이자 드래곤 연구가인 카라마츠가 크게 다쳐 그 치료제를 찾기위해 온거라 했지.

...오소마츠 치고는 꽤나 상세한 딜리버리콩트구나.

 물론 카라마츠는 믿지 않았음. 결국 마교오소가 이런저런 마법도 보여주고 진짜 오소마츠가 집에 돌아와 비명지른 뒤에야 그의 말을 믿었을거야.
 마교오소가 찾는건 한여름에 피어난다는 태양을 닮은 황금꽃이라 했음. 물론 카라마츠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고. 급격히 귀찮아졌지만, 성격마저 장남과 닮은 남자가 도와달라 떼쓰는게 더 귀찮은 일이었기에, 어차피 할 일 없던 카라마츠가 함께 꽃을 찾아주기로 했지.

 마교오소는 니트오소와 본질적으로 같은 사람이라, 성격은 같았지만,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만큼 어른스러운 면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매일 같이 다니며 그런 그를 사랑해버린 카라마츠...헤어짐이 아쉬워져버렸는데.
 다친 동생-다른 세계의 카라마츠는 그의 시간만 마법으로 멈춰진 채. 다른 형제들은 오소마츠가 치료제의 재료를 찾아 돌아오길 기다린다 했지. 종종 조급해하며 '카라마츠'를 걱정하는 마교 오소를 보며, 그러면 안되는걸 알면서도 부러워해버린 니트카라.

 토도마츠가 '태양을 닮은 황금꽃이면 해바라기 아냐?'라고 말해준 덕분에 재료가 무엇인지 알게됐지만, 마교오소와 카라마츠가 찾아낸 해바라기밭의 꽃이 만개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음. 어쩌다보니 카라마츠에게 주어진 사랑의 유예기간. 때마침 마교오소는 보답으로 소원하나를 들어준다했지. 여러가지를 생각해본 카라마츠가 결국 마교오소에게 부탁한건, 여름축제에 함께 가달라는 것. 카라마츠는 다른것보다도 그와 함께하는 추억을 가지기로 마음먹었고, 마교오소는 그런 소원이라면 쉽다며 승낙했음. 여름축제의 기간은 딱 해바라기가 만개할 것 같은 한여름.

 오소마츠도 카라마츠도. 축제날만큼은 다른걸 잊은것처럼 즐거워했지. 날이 저물고, 어느새 오소마츠와 카라마츠는 해바라기가 피어난 곳으로 와있었어. 방금전까지 시끄러웠던 분위기는 거짓말이었던것처럼 고요한 공간. 처음만난 그날과 같은 모습을 한 남자를 보며 카라마츠가 입을열었지.

 좋아해, 오소마츠.

 그가 고백하는 순간 마법처럼 시작된 축제를 장식하는 불꽃놀이. 오소마츠의 표정은 모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가만히 카라마츠의 손를 붙잡았어. 직감적으로 이별이 다가옴을 느낀 카라마츠는 불꽃놀이가 끝나지 않기를 빌었지.
 그러나 시간은 흐르는 법. 마지막으로 쏘아올라 피어난 불꽃이 흩어지는 순간, 그의 귓가를 스치는 소리.

 잘있어, 카라마츠.

 어둠이 찾아오고 카라마츠가 옆을 보았을때, 그는 정말 꿈처럼 사라져버렸어.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흐르고. 형제들과 함께 찾아온 여름축제.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넋을 놓고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카라마츠의 손을 붙잡았지.

 "동생 좀 살리느라 늦어버렸는데. 아직 고백은 유효하지?"

 그렇게 물어본건 누구였을까. 검은 망토로 카라마츠를 감싸안은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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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생은 아니지만 거의 몇 백년을 살아가는 마법 선생 오소마츠는 늙지 않는 모습으로 마법 학교에 붙어 사는데...그 스스로 죽을 때를 알 수 있고, 오래 산 만큼 죽는걸 두려워 한다거나 미련이 있다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던 어느 날, 수명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학교를 떠날까 고민하는데, 교장의 마지막 부탁으로 그 해 입학생중에 마법소녀로 뽑힌 카라마츠 교육을 맡게 됐으면. 나이 세는 걸 잊을 만큼 오래 산 오소마츠에게 '소년'인 마법 소녀는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학생이었을거야.

 오소마츠는 평소처럼 수업을 했겠지. 5년 뒤에 죽는다고 해서 너무 정을 주지 않는것도 아니었고. 언제나처럼 장난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있었을거야. 그 모습에 카라마츠는 반해버리고...오소마츠가 첫사랑이었던 카라마츠는 제 감정을 숨기는 방법도 몰라서 온몸으로 오소마츠를 향한 사랑을 표현했으면. 하지만, 오소마츠는 나이 차이도 나이 차이고,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은걸 알고 있었던 만큼, 카라마츠의 감정을 눈치챘음에도 모르는 척 했겠지. 제자로서의 애정은 주지만, 그 이상은 일부러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 오소마츠와, 거기에 상처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카라마츠...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아무리  정을 안 주려 노력해도 3년동안 끊임없이 열정적인 사랑을 받다보면, 어쩔 수 없이 오소마츠에게도 사랑 비슷한 감정이 생기겠지. 하지만 2년만 참자는 마음으로, 겉으로는 평소처럼 대하고.

 그런데 카라마츠가 2년뒤 자신이 사랑하는 선생님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교장과 오소마츠의 말을 우연히 엿듣던가 해서...그 뒤로 오소마츠에게 기회만 생기면 고백하는 카라마츠. 선생님, 좋아한다. 사랑한다 티쳐. 그의 생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건 알지만, 그 전까진 옆에 있고 싶었으니까. 한편으로는 신을 원망하기도 했을거야. 왜 하필이면, 오소마츠가 살아 온 그 오랜 시간동안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걸까 하면서.
 그러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겠지. 죽음을 겁내고 싶지 않았고, 상처 받고 싶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에 우는 건 카라마츠라는 걸 알고있었으니까. 그런데 결국 오소마츠를 껴안고 못생긴 얼굴로 오열하면서 옆에 있고 싶다, 상처 받아도 좋으니 함께 하고 싶다. 정말 좋아한다 외치는 카라마츠의 애절한 고백을...오소마츠는 거절하지 못하고. 깊은 숲속의 작은 오두막 집에서 카라마츠와 함께 마지막 1년을 보내기로 했으면.

 곧 죽는다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행복한 1년이었을거야. 몸이 점점 약해져서 침대에만 있게된 오소마츠의 옆엔, 언제나처럼 밝게 떠드는 카라마츠가 있었을테니까. 그렇게, 마지막 날. 카라마츠의 손을 붙잡고, 작은 입맞춤을 한 오소마츠가 말하겠지.

 이별이야,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눈물을 꾹 참고, 겨우겨우 웃어보였으면. 선생님은, 행복했는가? 하고 물으면서. 오소마츠는 언제나처럼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최고의 인생이었어! 외칠거야.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카라마츠에게 깊은 키스를 한 오소마츠는, 편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았지.
 눈을 감기 전 오소마츠는 처음으로 신에게 기도했어. 부디, 다음생엔 저 녀석의 옆에 오래오래 있을 수 있게 해달라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덕분인지, 대단한 마법소녀가 되었고, 예전의 오소마츠처럼, 오소마츠가 살았던 그 학교에서, 오소마츠를 그리워하며 백년이 넘는 시간동안 선생님으로 지내게 될거야. 그리고 어느 해에 수석으로 입학한 한 아이를 맡게 되는데, 그아이의 얼굴과 이름을 알게 된 카라마츠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으면.
 신이, 오소마츠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줬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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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일본 신화풍 오소카라가 보고 싶다...대대로 내려오는 주술사 가문의 차기 가주 오소마츠와, 지금은 메말라버린 강의 신이었던 카라마츠로....

 

 




 모두가 잠든 새벽, 툇마루와 이어진 문 가까이에 등을 기대고 앉으면, 잠들지 못한 벌레들의 울음소리 사이로 맑은 강물 소리가 들려오곤했다. 조금 더 어렸을적에는 복도를 지나다니던 누군가의 옷자락을 붙잡고 물소리가 나는 곳으로 데려다달라 했던거 같지만, 그런 오소마츠의 부탁을 들은 이들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을 뿐이었다. 어른들이 어린 그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떠오르지 않지만, 그의 어깨를 붙잡은 손이 떨려오던 감각만은 기억에 남았다. 그들은 무엇을 두려워 한 것인가.

 메마른 강물이 100년이 지나도록 차오르지 않았다는걸 오소마츠가 알게된 건 조금 더 나중의 일이었다.

 물이 귀했던 시절, 강물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주술사 가문은 강의 신을 붙잡아 깊숙한 곳에 가둬두었다. 욕심으로 저지른 일은 곧 두려움이 되었고. 신이 풀려나는 순간 그들에게 내릴 벌이 무서워 그들은 신을 숨겼다. 강물이 메마르는 동안에도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신은 잊혀졌고. 강의 신을 지하 깊숙이 숨긴 이들은, 차마 신이 있는 곳에 찾아 가지도 못했다. 보이지 않는 강물 소리가 들리면, 신이 분노하여 자신들을 물에 잠겨 죽게 만드는것은 아닌지 겁에 질렸다.
 그러나 신은, 그들을 미워하지 않았다. 강물을 차오르게 할 힘이 사라진 것에 슬퍼하긴 했어도. 그를 찾아오는 이 하나 없어 외롭기는 했어도. 신은 인간을 사랑했다. 살아 숨쉬는 이들을 사랑했다. 때문에 미워할 수 없었다.

 100년이라는 세월은 그에게 긴 시간이 아니었지만, 어쩌다 저를 발견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때 가슴 깊숙한 곳에서 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오소마츠라 자신을 소개한 아이는 신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이름이 없다는 그에게 카라마츠라는 이름을 지어주기까지 했다. 몇 천년 만에 가져본 이름을 신은, 카라마츠는 몇번이고 되뇌었다. 아주 소중한 보물을 얻은 표정으로. 그에게 이름을 준 아이가 카라마츠는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신을 봉인한 자의 피를 이어받은 아이, 오소마츠.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카라마츠를 찾아왔다. 마음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카라마츠를 구속한 힘을 풀고 싶었지만, 아직 덜 자란 그는 힘이 부족했다. 카라마츠는 저를 찾아와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듯 했다.
 무언가가 억울해진 오소마츠가, 인간이 밉지 않아? 라고 물었지만

 아니, 여전히 인간은 사랑스럽구나.

 하며 카라마츠는 진실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반대로 오소마츠는 인상을 찡그렸다. 공평하게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오소마츠가 성인이 되던 해. 보름 뒤에 있을 그의 생일은, 그가 정식 가주가 되는 날이기도 했다. 오소마츠는 그 날을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가주가 되는 순간, 선대의 힘들을 물려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카라마츠를 아래에서 꺼내올 수 있었다. 둘이서만 함께하던 시간도 좋았으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자유를 돌려주고 싶었다. 감옥은 아니었으나 감옥과도 비슷했던 어두운 밑바닥과 다른, 새파란 하늘을 함께 보고 싶었다. 카라마츠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강물을 보고 싶었다. 그렇게 그의 옆에 항상 함께하고 싶었다.
 오소마츠의 뜻을 알아챈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처음으로 카라마츠를 찾아갔다. 공포가 공포를 이겼다. 공포를 짊어진 이들은 신을 해했다. 오랜 시간 봉인되어있던 신은 그들에게 상처 입을 만큼 나약했지만, 그들을 상처 입힐 힘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겁에 질린 얼굴로 눈물 흘리며 손을 드는 이들을 차마, 차마 미워하지 못했다. 신이 사랑하는,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는 인간이었고, 신을 사랑한 이도 인간이었다. 

 의식이 희미해져가던 와중에, 카라마츠는 빛을 보았다. 붉은 기모노를 입은 남자가 빛의 가운데에 서있었다. 오소마츠가 손을 뻗었다. 카라마츠의 발목을 묶어놓은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같이 가자, 카라마츠.

메마른 강물이 차올랐다. 신의 푸른 기모노 자락이 흩날렸다.

 불행체질의 히라카라와 그런 카라마츠를 수호하게 돼버린 악마오소가 보고 싶다. 사실 그건 카라마츠가 블랙기업에 취직하기 전, 어쩌다 인터넷에서 보게된 악마 소환 주문을 따라 읽었다가 벌어진 일이었지.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악마 하나가 허공에 나타났을거야.

 날 소환한 인간은 오랜만이네.

 사실, 주문을 외운다고 다 소환할 수 있는게 아니라 운 또는 어느정도의 맞는 파장이 있어야 가능한거였기에, 악마-오소마츠는 생각보다 즐거운 기분이었지. 나름 선의를 베풀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원망하는 자를 저주해주거나 복수를 도와주려 했어.
 문제는 오소마츠를 불러낸건 정말 운 덕분이었는지 카라마츠에게 악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거지만.

 오소마츠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카라마츠는 대꾸가 없었어. 아니, 오소마츠를 쳐다보지도 않았지. 그냥 인터넷의 어느 장난 정도로 생각한 카라마츠는 금방 제가 그 주문을 중얼거렸다는 것도 잊어버렸어.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었지만, 악마는 기분이 상했지. 대단한 놈인줄 알았더니 아니었잖아?
 그래서 오소마츠는, 진짜 작은 장난만 치려고했어. 정말로. 그냥 문을 열다가 모서리에 발가락이 찍히는 정도의 저주-였을텐데. 오소마츠가 조절하지 못한건지, 아니면 애초에 카라마츠에게 문제가 있던건지. 가벼운 저주 정도가 아니라, 카라마츠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불행체질이 돼버렸어. 악마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지. 한 번 건 저주는 되돌릴 수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냅둘수도 없었거든. 오소마츠는, 악마는, 샘의 여신에게 약점을 잡혀 인간을 죽이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으니까. 이 인간이 저주로 인해 죽게 된다면, 악마는 그 순간부터 다시는 인간 세계에 내려올수 없게 되겠지.
 악마가 처음 생각했던것처럼 카라마츠가 문에 발가락을 찧는다면 저주는 풀리게 되어있었어. 그래서 그 전까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죽지 않도록 돕기로 했지. 이정도의 불행체질이면, 그정도 일은 매일같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설마 2년동안 이 저주가 유지될줄은 몰랐지만.


 카라마츠가 붙은 회사는 블랙회사. 점점 빠져가는 볼살. 그의 앞에서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건 다반사. 공사장 앞만 지나가면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자재들. 야근하는동안 불이 난 아파트.
 카라마츠가 이어지는 불행에 의문을 느끼지 않은건 아니었으나, 점점 체력이 없어 고민하는 것조차 피곤하기도 했고. 자칫하면 죽을 것 같은 불행이지만 정작 크게 다친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결국 운이 좀 안좋은가보네, 하고 넘겼지. 그 모든 불행에서 카라마츠를 구해주는 악마를 여전히 보지 못한 채.

 어이, 카라마츠~ 젤리 말고 다른 것 좀 먹으라구.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아니면 너 진짜 죽는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악마의 말 역시 카라마츠에겐 닿지 않았지. 2년동안, 악마도 꽤 많은 부분에 지쳐있었어. 그냥 인간계 오지 말까. 평생 마계에서 살아버릴까, 생각할정도로. 그래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라도 든건지. 정말로 그의 곁을 떠나진 않았지.
 죽은 눈빛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카라마츠의 옆에 둥둥 떠있던 악마는, 털썩 하는 소리에 카라마츠를 내려다봤지. 한계였던걸까. 기절한 그를 보며 내심 죽은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비슷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옆자리 직원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지. 직원은 당연히 악마를 보지 못했고, 대신 옆자리에 쓰러져있는 카라마츠를 보며 자연스럽게 119를 부르고는 다시 제 일에 집중했어. 구급대원이 와서 카라마츠를 데려가는 순간에도 힐끗 쳐다보기만 하고 마는 회사 사람들을 보며, 오소마츠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카라마츠의 옆을 지켰지.

 카라마츠가 깨어난 건 그 후로 3시간 뒤. 역시나 과로, 영양부족,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이었어. 오소마츠는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중얼거렸어. 멍한 표정을 짓던 카라마츠의 입이 열렸지.

누구?

처음으로, 카라마츠가 그의 수호 악마, 오소마츠를 본 순간이었어.

 전생의 기억(육쌍둥이 니트 시절)을 갖고 있는 영어선생 카라마츠와 전생의 기억은 없지만 이번생에서도 카라마츠를 사랑하게 된 학생 오소마츠로 오소카라가 보고 싶습니다.
 카라마츠 꼬이고 꼬여서 이번생엔 오소마츠가 평범한 사랑을 하기 바랐는데, 매일같이 제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오소마츠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오소마츠가 버릇없이 카라마츠라고 이름 불러도 혼내기는 커녕 옛 기억과 겹쳐져 심장 쿵했을것.
 오소마츠는 오소마츠 나름대로 카라마츠한테 관심 받고싶어서 공부도 해보고 땡땡이도 쳐보고 별 짓 다 하다 담배에 입댔으면 어떡하지...전생의 오소마츠랑 똑같은 브랜드 피고...담배 냄새 밴 교복 입고 교무실에서 혼자 졸고 있는 카라마츠 옆에 섰더니, 잠 덜깬 카라마츠가 오소마츠형?해버림 어카지
 오소마츠가 자길 좋아하는거 눈치챘지만, 모르는척 하고 있었는데. 기억 같은거 없으면서 또 다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오소마츠 보며 서러워진 카라마츠...결국 오소마츠가 좋아한다 고백하자 눈물 펑펑 쏟았겠지. 카라마츠가 우는 이유 모르는 오소마츠는 당황해서 카라마츠? 쌤?? 왜 울어? 허둥지둥 카라마츠 끌어안고 등 토닥이며 걱정하지마요 나 이제 졸업이구, 아! 앞으로 말썽 안부리고 얌전히 졸업할게! 이거 몰래카메라 같은거 아니니까, 생각나는대로 말하는데 카라마츠는 또 그게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더 울어버릴듯.

 




 나는 장형이 다른 동생들 모르게 자기들끼리 즉흥으로 새벽에 여행이나 드라이브 가는 걸 상상하면 너무 좋아
밤에 잠이 오지 않아 몸을 일으키면, 어째선지 같은 표정으로 앉아있는 서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덤덤히 나갈래?/나가겠나? 하며 조용히 파카로 갈아입고 집을 나서는 오소카라...운전을 누가할지는 가위바위보로 첫 사람을 정하고 그 뒤에는 서로 자리 바꿔가면서 운전할듯.
 정적이 흐르는 차 안도 좋고, 아니면 카라마츠가 오자키씨디 가져와서 틀어버리는것도 좋아. 오소마츠는 그 노래 질리지도 않냐구 타박하지만 딱히 노래를 끄지는 않고..정해진 목적지 없이 그냥 그렇게 소소한 얘기 주고받으며 가다가, 인적드문 곳에서 별을 보며 감상에 젖기도 하고(주로 카라마츠가). 겨울이면 그렇게 첫눈을 함께 보기도 하고, 우연찮게 발견한 여관에서 온천에 들어갔다 나와 자기도 하고...물론 그렇게 하루 지나 집에 느즈막히 들어가면 형제들은 신경도 안 쓴다는 듯이 아무도 없겠지. 그래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왠지 피곤하네~하며...일상이 연애인 오카가 좋아요.

 




 장남이 쌍방 짝사랑인거 눈치채고 고백하는데 카라마츠 단호하게 거절하는거 너무 좋음ㅋㅋㅋ당연히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너무 기쁜나머지 울먹이며 껴안길줄 알고 바로 호텔 직행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거절당해서 하??????? 소리만 지를듯. 왜 너도 나 좋아하잖아! 버럭 소리질렀는데 카라마츠 짜게 식은눈으로 쳐다보더니 한숨 내쉬고 논~논~오소마~츠? 사랑...러브! 이를 전달하는 방법은 이 하늘을 수놓는 별의 수만큼 많다제~? 하지만 방금 너의 말은~ 아 카라마츠어 힘들다 암튼 해석하면 고백이 맘에 안드니 못들은걸로 하겠다는거였음.
 그 뒤로 카라마츠한테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가며 고백하는데...솔직히 고백이랄까 그냥 저질스러운 말이 대부분일것 같구...ㅋㅋㅋ 그때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 쳐다보지도 않고 거절한다. 내뱉고 무시하겠지...그리고 그걸 보는 오소마츠에게 조언하는건 역시 우리의 톳티밖에 없겟지요.
 근친호모라니 정말 싫지만...쿠소장남의 저질스러운 고백 듣는것도 지겨우니까 상냥한 톳티가 주는 힌트~ 카라마츠 형의 평소 말투나 행동을 생각해보라구!
 스마트폰 두드리며 툭 내뱉는 톳티의 조언에 오소마츠는 뭐야 그게...뭐 진짜로 꽃다발 들고가서 고급 레스토랑에서 반지라도 줘야하는거? 사실 대충 카라마츠가 어떤걸 동경하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서로 좋아하는 마음만 있음 되는거 아냐? 뭐 고백 같지 않은 고백이었다고 해도 이렇게 거절당하기만 하면 형아도 마음아픈데요.....중얼중얼거리다가...결국 카라마츠가 기타치고 있을 2층에 올라간 오소마츠...퉁명스럽게 자. 하구 카라마츠한테 손내밀면 카라마츠는 고개 갸우뚱 거리다, 오소마츠가 응, 하고 다시한번 손 까닥거리니 이유도 모른채 제 손을 그 위에 올려두겠지. 그 손을 잠시 맞잡고 있던 오소마츠...입 몇번 달싹 거리더니 기어가는 목소리로 ....사랑해, 카라마츠.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호텔 가자거나 안고싶다거나 하던 다른 고백들과는 확실히 다른, 처음으로 오소마츠의 감정 그대로를 내보인 고백에 카라마츠가 슬며시 미소지으며 으응~? 잘 안들린다제~? 하면 오소마츠 시뻘개진 얼굴로 그러니까! 사랑한다고! 그제서야 카라마츠도 활짝 웃으며 오소마츠한테 폭 안겻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물론 그렇게 사귀자마자 바로 호테루 가려던 장남 머리에 혹이 생긴건 어쩔 수 없는일





 청춘고딩 오소카라 주세요.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학교 복도에서 이상하게 장형 둘이 같이 서있을땐 괜히 주변 소리 하나도 안들리는것 같고....별거 아닌데 오소마츠가 어깨에 팔만 둘러도 괜히 심장 두근거리는 카라마츠라든가. 그런거 있자나요 수업시간에 잠깐 오소마츠쪽 쳐다봤다가 턱괴고 졸고있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따스한 표정 되어버리고 선생님한테 걸린 오소마츠 꿀밤한대 먹는거 보면서 하하,웃음터트린 카라마츠와, 그런 카라마츠 표정을 투털거리던거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는 오소마츠라든가. 오소마츠는 귀가부고 카라마츠는 연극부라 같이 하교하는일이 드문데, 한겨울에 보충수업 끝난 오소마츠가 얼추 시간 비슷하겠다 싶어서 카라마츠 기다려주고...단둘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먹었던 편의점으ㅣ 고기만두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맛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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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기 하나 들어보겠나? 저 숲속을 걸어가다보면 으리으리한 저택 하나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홀로 살던 주인은 살해당했지. 아, 그 범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는 아니야. 이미 10년도 더 된 사건이니까. 중요한건 그 다음.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 했거든. 비어버린 저택으로, 당연하다는듯이 부랑자들과 도둑들이 하나 둘 찾아가기 시작했지만...들어간 자는 있어도 나오는 자가 없다는걸세. 미쳐버린 한 남자가 노래하듯 말하기로는, 글쎄 그 저택 주인의 유령이 나온다는거지. 오, 흥미가 조금 동했나? 그래, 그래서 자네에게 내가 말을 건 이유는―…


 과연 듣던대로 으리으리한 저택. 그 대문앞에 선 탐정 오소마츠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그 얘기는 들은 적도 없었던 것처럼. 달칵, 하고 쉽게 열린 문 안으로 조심할것도 없이 발을 내딛으면 10년의 세월이 느껴지지 않을정도로 깔끔한 홀이 그를 반기고. 화려한 샹들리에는 역시나 꺼져있었지만, 큰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있어 그리 어둡지는 않았을거야. 호오, 호오. 고개를 끄덕이며 붉은 융단을 밟고 계단을 올라가니, 그 끝자락에 서있는 남자가 보였지. 어쩐지 하얀색 목욕 가운 차림을 하고 있는.

 그래, 정말 오랜만의 손님이군. 함께 차를 들겠나?

 당신이, 유령?

 으응~? 이런 퍼펙트한 모습을 한 가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건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그래!  이 나의 새빨간 하-트는 여전히

 뭐?

 ―살아있다. 믿지 못하겠다면, 와서 심장 소리를 들려줄수도 있지.

 오소마츠가 계단을 마저 올라가면, 남자는 망설임 없이 오소마츠의 머리를 끌어당겨 제 왼쪽 가슴에 안았겠지.
 두근. 두근.
 일정하게 들려오는 심장소리에, 어쩐지 오소마츠는 안심해버리고. 왜 안심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살아있네. 중얼거렸지.

 그 뒤로 가진 둘만의 티타임은, 어쩐지 조용하고, 어쩐지 즐거웠어. 해가 질 무렵, 흐릿한 눈으로 창 밖을 바라보던 남자-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자고 갈텐가? 물었지. 오소마츠가 고개를 저으며 돌아가겠다 말하자, 그는 말리지는 않았으나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었을거야. 그에 오소마츠는 저택 문을 나서기 전,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겼지. 그렇게 저택을 뒤로하고 산을 빠져나오며 오소마츠는 역시 그동안 저택에 들어갔다 나오지 못했다는 자들은 소문일 뿐인가, 했지.

 오소마츠가 그뒤로 몇 번 더 찾아갈때마다언제나 카라마츠는 혼자였고, 그러나 함께 즐거웠고, 해가 지는 시간이 되면 카라마츠는 물었지. 자고 갈텐가? 그러나 오소마츠는 항상 괜찮다 답했어. 처음엔 그 대답에 실망한 표정을 짓던 카라마츠가, 최근들어 안심한 표정으로 바뀌어 조금 이상했지만.

 점점, 오소마츠는 좀 더 그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그렇게거의 매일 그의 저택에 찾아가기 시작했을 때 즈음, 자연스럽게 카라마츠가 자고갈텐가? 묻자 오소마츠는 처음으로 그럴까? 대답했지. 카라마츠가 들고 있던 찻잔이 바닥을 구르고, 어째, 어째서. 중얼거리는 그의 표정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듯 보였다. 하지만 그도 잠시뿐.

그렇다면, 잠자리를 준비해두지.

 잠시 기다려줘. 그렇게 먼저 자리를 뜬 카라마츠를 보며 오소마츠는 고개를 갸웃거렸어. 앞으로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으니까.

 카라마츠가 안내해준건 손님의 방,
이었으나. 어쩐지 옆에는 카라마츠가 함께 누웠지. 왜인지 묻자, 카라마츠 역시 글쎄, 왜일까. 중얼거릴 뿐. 흘러내린 가운 사이로 보이는 그의 살갗에 오소마츠가 침을 꿀꺽 삼키자, 카라마츠가 낮은 목소리로 오소마츠. 불렀어.

 날, 안아보겠나?

 카라마츠의 물음을 잠시 이해하지 못했던 오소마츠지만. 그의 눈빛을 본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입맞춤을 나누었지.

 …얼마나 긴 밤이었던가.
 나른한 기분으로 잠에 들었던 오소마츠는, 목이 타는 갈증에 일어났어. 옆에는 새하얀 몸을 드러낸 채 잠든 카라마츠가 있었고. 설핏 웃어버린 오소마츠가 대충 옆에 걸려있던 가운을 걸치고 복도로 나가면, 어쩐지 낮과는 다른 서늘한 기운이 그를 감쌌어. 이상하게 긴장한 몸. 그리고, 누군가가 따라오는듯한 느낌. 빨리 부엌에 다녀와야겠다며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넓은 홀에 도착하는 순간 누군가가 그를 덮쳤지.

 오소마츠!

 그의 위로 쓰러진건 아까까지 잠들어있던 카라마츠였어. 하지만, 그 말고 다른 인기척이 달아나는 소리를 들었지.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의 입가에 흐르는 피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으로 닦아냈어.

 …괜찮다. 익숙하니까.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다리를 베고 누워 이야기를 시작했지. 10년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죽은 카라마츠. 그리고 그 날 함께 죽은 사건의 범인. 매일 밤 반복되는 그날의 일. 그뒤로 밤마다 카라마츠 대신 죽어간 부랑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오소마츠. 기억나지 않는가? 10년전, 너는 이곳에 왔었지.  그땐 초보 탐정이었지만, 이렇게나 컸군. 

 왜인지 아련한 표정으로 말하는 카라마츠에, 오소마츠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어.

 네가 몇달전 이곳을 찾아온 날 느꼈다. 네가 마지막이라는걸. 그동안 이곳에 찾아왔던 많은 사람들처럼, 나대신 네가 죽는다면. 그렇다면 이 길고 길었던 밤이 끝날거라고…. 그러나 널 사랑하고 말았다.

 이상하게 이 저택에 묵게 되면, 새벽마다 홀린것처럼 깨어나 나 대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연민을 느끼고 말 뿐이었으나, 오소마츠가 그렇게 죽게 둘 수는 없었다며. 자신을 안고 피곤한 몸으로 잠들면, 새벽에 깨어나지 않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보았다고하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 대신 죽을 운명이었을 오소마츠. 그런 오소마츠 대신 다시 한 번 죽음을 받아들인 카라마츠.

 이제동이 트면 끝이구나. 나의 밤은 너무나 길었다. 길었지만, 어제는어젯밤만큼 행복했던 밤은 또 없었어.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고백을 들으며 그를 껴안았지. 등 뒤로 퍼져나가는 붉은 피를 바라보며, 그는 처음으로 고백했어.

 다음생에는, 살아서 만나.

 나, 결국엔 카라마츠가 죽은것밖에 못봤으니까 말이야. 희미하게 눈물 서린 목소리를 들으며 카라마츠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게 마지막이었지.

 사랑한다는 그의 마지막 고백을 들었을까.

 어느새 정신을 잃은 그가 일어났을땐 이미 아침이었지. 그동안 마치 꿈이라도 꾼 것처럼, 폐허가 되어버린 저택을 떠난 오소마츠.

 그들이 다시 만나는건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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