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체질의 히라카라와 그런 카라마츠를 수호하게 돼버린 악마오소가 보고 싶다. 사실 그건 카라마츠가 블랙기업에 취직하기 전, 어쩌다 인터넷에서 보게된 악마 소환 주문을 따라 읽었다가 벌어진 일이었지. 카라마츠의 중얼거림이 끝남과 동시에 악마 하나가 허공에 나타났을거야.

 날 소환한 인간은 오랜만이네.

 사실, 주문을 외운다고 다 소환할 수 있는게 아니라 운 또는 어느정도의 맞는 파장이 있어야 가능한거였기에, 악마-오소마츠는 생각보다 즐거운 기분이었지. 나름 선의를 베풀어, 앞에 있는 이 남자가 원망하는 자를 저주해주거나 복수를 도와주려 했어.
 문제는 오소마츠를 불러낸건 정말 운 덕분이었는지 카라마츠에게 악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거지만.

 오소마츠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카라마츠는 대꾸가 없었어. 아니, 오소마츠를 쳐다보지도 않았지. 그냥 인터넷의 어느 장난 정도로 생각한 카라마츠는 금방 제가 그 주문을 중얼거렸다는 것도 잊어버렸어. 거기서 끝나면 다행이었지만, 악마는 기분이 상했지. 대단한 놈인줄 알았더니 아니었잖아?
 그래서 오소마츠는, 진짜 작은 장난만 치려고했어. 정말로. 그냥 문을 열다가 모서리에 발가락이 찍히는 정도의 저주-였을텐데. 오소마츠가 조절하지 못한건지, 아니면 애초에 카라마츠에게 문제가 있던건지. 가벼운 저주 정도가 아니라, 카라마츠는 목숨이 위험할 정도의 불행체질이 돼버렸어. 악마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지. 한 번 건 저주는 되돌릴 수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 냅둘수도 없었거든. 오소마츠는, 악마는, 샘의 여신에게 약점을 잡혀 인간을 죽이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으니까. 이 인간이 저주로 인해 죽게 된다면, 악마는 그 순간부터 다시는 인간 세계에 내려올수 없게 되겠지.
 악마가 처음 생각했던것처럼 카라마츠가 문에 발가락을 찧는다면 저주는 풀리게 되어있었어. 그래서 그 전까지만,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죽지 않도록 돕기로 했지. 이정도의 불행체질이면, 그정도 일은 매일같이 일어날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설마 2년동안 이 저주가 유지될줄은 몰랐지만.


 카라마츠가 붙은 회사는 블랙회사. 점점 빠져가는 볼살. 그의 앞에서 차가 급브레이크를 밟는건 다반사. 공사장 앞만 지나가면 바로 앞으로 떨어지는 자재들. 야근하는동안 불이 난 아파트.
 카라마츠가 이어지는 불행에 의문을 느끼지 않은건 아니었으나, 점점 체력이 없어 고민하는 것조차 피곤하기도 했고. 자칫하면 죽을 것 같은 불행이지만 정작 크게 다친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결국 운이 좀 안좋은가보네, 하고 넘겼지. 그 모든 불행에서 카라마츠를 구해주는 악마를 여전히 보지 못한 채.

 어이, 카라마츠~ 젤리 말고 다른 것 좀 먹으라구.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아니면 너 진짜 죽는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악마의 말 역시 카라마츠에겐 닿지 않았지. 2년동안, 악마도 꽤 많은 부분에 지쳐있었어. 그냥 인간계 오지 말까. 평생 마계에서 살아버릴까, 생각할정도로. 그래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이라도 든건지. 정말로 그의 곁을 떠나진 않았지.
 죽은 눈빛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카라마츠의 옆에 둥둥 떠있던 악마는, 털썩 하는 소리에 카라마츠를 내려다봤지. 한계였던걸까. 기절한 그를 보며 내심 죽은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한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와 비슷한 표정으로 컴퓨터를 들여다보던 옆자리 직원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지. 직원은 당연히 악마를 보지 못했고, 대신 옆자리에 쓰러져있는 카라마츠를 보며 자연스럽게 119를 부르고는 다시 제 일에 집중했어. 구급대원이 와서 카라마츠를 데려가는 순간에도 힐끗 쳐다보기만 하고 마는 회사 사람들을 보며, 오소마츠는 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카라마츠의 옆을 지켰지.

 카라마츠가 깨어난 건 그 후로 3시간 뒤. 역시나 과로, 영양부족,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이었어. 오소마츠는 침대에 걸터앉아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중얼거렸어. 멍한 표정을 짓던 카라마츠의 입이 열렸지.

누구?

처음으로, 카라마츠가 그의 수호 악마, 오소마츠를 본 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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