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글로 쓰다가 말았던 청춘고딩오소카라...드물게 아침 일찍 등교한 카라마츠가 신발장에서 발견한 하얗고 작은 쪽지에 주변 두리번 거리다가 아무도 없는거 확인하고 종이를 펼치면, 흔하디 흔한 순정만화 전개처럼 방과후에 강당 뒤에서 보자는 말이 둥글고 귀여운 글씨로 써져있었고, 굳은 표정으로 쪽지를 주머니에 구겨넣은 카라마츠가 몸을 돌려 계단을 오르려 하면, 뒤에서 다급하게 뛰어온듯한 모습의 오소마츠가 어깨를 붙잡았겠지.
일부러 오소마츠와 만나지 않기 위해 일찍 집을 나섰건만, 눈에 띄게 한숨을 내쉬는 카라마츠에 오소마츠의 미간이 잔뜩 주름지고. 왜 자신을 피하냐며 따지는 오소마츠에게 카라마츠는 차마 대답할 수 없어 입을 꾹 다물었지. 어떻게 말하겠어. 친형에게 연정을 품었다는 걸. 철없는 사춘기의 방황이라고 변명하며 도망치고 있었다는걸. 겨우 시선을 마주치고 무슨 소리인가? 내가 형님을 피할 이유가 없잖나. 차분히 얘기하면 내가 모를것 같아? 라고 화난 듯이 어깨를 쥔 오소마츠의 손에 힘이 들어가 카라마츠는 표정을 찡그렸지만, 이내 오소마츠. 가볍게 이름을 부르자 뜨끔한듯한 표정을 지은 오소마츠가 말문이 막힌듯 크게 숨을 내쉬었을거야. 단정짓듯 오소마츠,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구나. 하고 웃어보이면 오소마츠는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표정으로 입을 뻐끔거리다가 결국엔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교실에 먼저 올라가서 못 잔 잠이나 마저 자겠다며 카라마츠를 지나치겠지. 잠시 오소마츠의 등을 쳐다보던 카라마츠는 복도에 놓인 쓰레기통 앞으로 다가가 주머니에 넣었던 구겨진 쪽지를 다시 한 번 펼쳐보았지만, 여전히 그 안의 내용은 그대로였지.
'오래전부터 좋아했어
방과 후, 강당 뒤에서 기다릴게.
마츠노 오소마츠군에게'
바보같구나. 사랑을 전했지만 닿지 못한 너와, 처음부터 사랑따위 전할 수 없는 나중에서 누가 더 불행할까.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카라마츠는 종이를 잘게 찢어 쓰레기통에 쏟아넣었어.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토라진 오소마츠가 기다리고 있을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지. 자신의 마음을 꾹 눌러담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