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CUMGR



[히지오키] 흩어진 고백



 "히지카타 씨!"
 
 언제나처럼 무사할 거라고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오키타 대장이…"
 "…폭발하면서 소리가…"
 "지금 병원에…"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그 말'을 하는 것을 망설일 수 있었던 거겠지.

 -

 빨간 불빛이 반짝이던 게 슬로우 모션처럼 보이던 순간, 난 이제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막연하게 어떻게든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왜 그런 거 있잖아. 아직 살아야 할 이유가 남아있어서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거. 나도 있으니까. 아직 죽으면 안 되는 이유. 미처 듣지 못한 말이 남아 있어서.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들어야겠다, 했거든.
 그래서 눈을 떴을 때 처음으로 신께 감사 인사를 드렸다. 아아,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살아있다는 기쁨에 주변 상황이 어떤지도 보이지 않았다. 야마자키가 호들갑스러운 몸짓으로 병실을 나가는 걸 보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은, 멍청한 얼굴로 들어온 그에게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들리지 않아.

 "히지카타 씨……."
 "소고……."
 "지금, 내 말 들려요?"
 "소고."
 "좀 이상한데. 나, 말을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말이 안 나와."
 "……."
 "아직 충격이 커서 그런 걸까? 근데 되게 조용하네요. 뭐라고 말이라도 해 봐, 히지카타야."
 "소고……."
 "아무 말이나, 아무나, 해보라고!"

 바보같이. 입만 뻐끔거리면 뭐해요. 왜, 내가 살아있어서 놀랐어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이 없는 거야? 쳐다보지만 말고 말을 해줘. 아무 말이나 다 좋으니까. 아니라고 해줘. 내가 왜 죽지 못했는데. 차라리 내가 말을 못하는 거라고 해줘. 
 
 아아. 신이시여.
 결국 저를 이렇게 버리신겁니까.

 -
 
 "폭발할 때 바로 그 옆에 계셔서…폭발음 때문에 청각에 무리가 갔다나 봐요."
 "회복은."
 "…그게, 불가능하다고……."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감사하라는 건가.
 
 병실에서 한참을 소리 지르던 녀석은, 다급하게 달려온 의사에게 진정제를 투여받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히지카타야, 나, 아무 소리도 안 들려. 지금 소리를 지르고 있는 거 같은데, 내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너의 울분의 찬 목소리가 귓가에 웅웅거린다. 이것조차도 미안하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데, 나는 아직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죄스럽고, 괴롭다. 무엇보다도, 언젠간 해줘야지 하면서도 용기가 없어 너에게 그것을 말하지 못한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다. 다음에, 다음에. 이렇게 미루다가는 평생 못하겠군, 이라고 장난처럼 말했던 것이 현실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나를 꾸짖는다. 이제는 네가 살아있음에도 나는 더 이상 너에게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 
 네가 소리를 듣는 법을 잃어서, 나는 말을 하는 법을 잃었다.

 "…장."
 "……."
 "부장!"
 "아…, 야마자키."
 "오키타 대장, 깨어나셨답니다."
 "상태는?"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의 병실 앞에서, 나는 순간적으로 희망을 품었다. 이번에도 너의 악질적인 장난이길 바랐다. 문을 열면, 네가 그 어느 때처럼 내게 '몰래 카메라였습니다-'하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기를 바랐다. 그래도 난 너의 장난을 용서할 수 있을 터였다. 감사하다며 네 손을 잡고 무릎 꿇고 기도라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을 열자마자 보인 너의 메마른 표정은 이것이 괴로운 현실임을 깨닫게 했다.

 "소고……."

 너는 내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내가 들어왔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가까이 다가가 네 어깨에 손을 올리니, 흠칫하고 놀란 너는 두려움을 품은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아……."

 나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너는 표정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그리고는 뭔가를 말하려는 듯이 입을 열었다가, 이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너의 약한 모습이 나의 폐부를 찌른다. 마치 온몸의 장기를 쥐어 비트는 것처럼 고통스러워서 나는 몸부림친다. 아아. 소고. 내가 너한테 꼭 해줘야 할 말이 있는데 말이야.

 "…사랑해."
 "……."
 "사랑한다, 소고."
 "……."
 "사랑해, 사랑한다."
 "……."
 "사랑해, 널 사랑해."
 "……."

 너를 껴안는다. 껴안은 채로 너는 듣지 못할 고백을 한다. 나의 고백은 너에게 가지 못한 채 공중에서 흩어져 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쉼 없이 고백을 토한다. 이토록 쉬운 말을 왜 그동안 망설였을까. 이렇게 몇 번이고 할 수 있던 말을, 왜 한 번도 너에게 해주지 못했던 걸까.

 "줄곧 너를 사랑했어."
 "…뭐 하는 거예요, 히지카타 씨."
 "너에게 꼭 말하고 싶었어."
 "왜 당신이 옆에 있는데도 혼자인 느낌인 걸까."
 "바보같이 말하지 못했어. 미안해."
 "보이지 않는 유리막에 갇힌 것 같아요."
 "네가 이 말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뼈가 산산 조각이 난 건 괜찮은데, 소리 하나 못 듣는 게 이렇게 불편할줄이야."
 "이제서야 말해주는 나를 원망해."
 "들려요? 설마, 나 청력을 잃었다고 말도 못 하게 되어버린 건가?"
 "사랑해. 평생을 사랑해."

 나의 사랑은 너였다. 너는 나의 사랑이었다. 
 때문에 네가 귀머거리가 된다면, 나는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흩어진 고백이 갈 곳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

 급한 마무리..대체 뭘 싸지른건지.
 그냥 갑자기 청력을 잃은 오키타가 보고 싶었습니다.

 보고 싶었던 장면들
 1. 내가 말하는 소리 조차도 들리지 않는다고 울부 짖는 오키타.
 2. 고백하지 못했던 과거를 후회하며 오키타를 껴안고 쉼 없이 고백하는 히지카타.



'銀魂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무오키]귀서(歸棲)  (0) 2017.09.01
[히지오키] 헤어지는 법  (0) 2017.09.01
[긴오키] 어느 겨울  (0) 2017.09.01
[카무오키] 지독했던 밤  (0) 2017.09.01
[긴오키] 위로  (0) 2017.09.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