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지오키] 헤어지는 법
 _조각글




 우리는 서로를 사랑했으나, 사랑할 수 없는 관계였다. 애정이 깃든 눈으로 바라보다가도, 그 눈빛은 금세 희뿌옇게 흐려지고는 했다. 매일을 같이 다니면서도 차마 손을 잡을 수 없었고, 몸을 섞으면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우리 사이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는 그녀를 잊지 못하는 이상, 사랑할 수 없었다.

 "헤어지자."

 네가 날 그렇게 올려다볼 때마다 그녀를 떠올리는 나를 용서하지 못한다. 너는 그런 날 사랑했고, 그런 너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우리는 서로를, 그리고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고, 때문에 애정과 함께 상처를 나누었다. 그 상처는 날로 깊어져만 가고, 더 이상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다른 연인들이었다면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나갈 수 있겠지만, 우리에겐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듯했다.
 너희 남매는 왜 날 이리도 힘들게 만드는지. 너는 왜 그녀를 닮아서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던 건지. 나는 왜 또다시, 너를 사랑하게 된 건지. 내가 정말 사랑했던 건 그녀였는지, 너였는지.

 "우리가 언제는 사귀었던 것처럼 말하네요, 히지카타씨."
 "……."

 너는 자조적인 웃음을 머금은 채로 다시 한 번 헤어지자? 하고 중얼거린다.

 "사귄 적이 없던 사람들이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요?"

 너는 나를 비웃는다. 나도 나를 비웃는다. 우린 우리의 관계를 비웃는다. 그래, 우리는 어쩌면, 헤어지는 것조차도 할 수 없던 걸지도 모른다.





 -

 너무 괴로워서 그만 헤어지자고 했더니
 언제 사귄 적 있었느냐고
 사귄 적 없는 이들이 헤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비웃듯 다그친다
 (유안진, 타동사에 얹혀서)

 글귀 봇에서 보고 끄적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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